TENET의 ‘심플한’ 이야기 구조에 대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테넷>의 스토리가 어렵다며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네요. 과학적 설정과 어려운 용어들, 인물들의 포지션, 거기에 정신 없는(?) 영상들이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것 같지만… 의외로 <테넷>은 대단히 심플한 영화예요. 놀란 감독의 영화들은 대개 스토리가 단순합니다. <인셉션>조차 인물들이 2중3중의 꿈속으로 들어가고 그 안에서 끝나는 영화였죠. 그 단순한 스토리 안에 새로운 설정들과 함의, 여운, 그리고 … 계속 읽기 TENET의 ‘심플한’ 이야기 구조에 대해

‘사라진 시간’ 관람 법

1. 홍보나 마케팅을 믿지 말 것. 이 영화는 장르 영화가 아니다. 조진웅이 형사로 나온다고 해서 장르 영화로 기대하고 봤다간, 십중팔구 실망할 것이다. (반응들을 보니 벌써 그런 듯) 2.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같은 부류(종류?)의 영화다. 그런 영화를 본다는 마음으로 따라가야 이해되고 공감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혀 다른 색깔이지만, 김기덕 감독의 … 계속 읽기 ‘사라진 시간’ 관람 법

맥쿼리 단상

사람들은 영화를 보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습니다. 장르, 주연배우, 스토리 등등. 저 역시 기준이 있습니다. 저는 감독이 기준이에요. ‘잘 만드는’ 감독을 눈여겨 보았다가, 그 감독의 차기작이 나오면 믿고 보는 식이죠.  특히 상황 내에서 서스펜스를 잘 구사하는 감독을 좋아해요. 이 영화를 아시나요? The Usual Suspects 당연히 아시겠죠? <식스센스>와 함께 반전 영화 시나리오의 한 획을 그은 영화니까요. 그렇다고 브라이언 … 계속 읽기 맥쿼리 단상

오늘의 SF는 어디에 있나

SF 전문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판나스틱> 폐간된 후 장르 전문 잡지가 없어 아쉬웠는데, 작년 말(2019.11)에 새로운 SF 전문 잡지가 나왔네요. <오늘의 SF #1> 오늘의 SF #1  잡지라고는 하지만 단행본 크기와 형태예요. 외형보단 실속을 추구하며 만든 책 같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에세이, 인터뷰, 비평, 칼럼, 리뷰는 물론이고 엽편과 단편, 중편소설까지 망라한 묵직한 무크지예요.  한국 SF계에서 왕성하게 … 계속 읽기 오늘의 SF는 어디에 있나

1917 : 전쟁 한복판을 ‘그대로’ 따라가는

1 영화 <덩케르트>를 두고 사람들이 명작이라고 하던데, 저는 별 감흥을 못 느끼겠더군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팬이긴 하지만, 막연하게 “이제 놀란은 아무 제약 없이,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됐구나.” 정도의 느낌이었죠. 그런데 이 영화는, 첫 장면(에서 카메라워크가 시작되는 순간) 부터 눈을 못 떼겠더군요. 몰입도가 대단한 영화예요. 정교한 콘티를 바탕으로 꼼꼼하게 만들어진, 모든 것이 우아하게 … 계속 읽기 1917 : 전쟁 한복판을 ‘그대로’ 따라가는

먼 나라 허풍담, 엠마는 어떻게 되었나

재미있고 흥미롭기까지 한 단편소설 하나를 소개해 볼까 해요. 요른 릴이라는 덴마크 작가의 단편집에 있는 <그 후 엠마는 어떻게 되었나>라는 제목이에요.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북극 그린란드에는 소수의 괴짜 사냥꾼들이 살고 있고, 그들 앞에 매력적인 엠마라는 여자가 나타납니다. 처음 매스 매슨의 애인이었던 엠마는 이후 빌리암의 애인이 되고, 다음에는 비요르켄의 애인이 되고… 차례로 사냥꾼들의 애인이 되지요. 그 과정이 … 계속 읽기 먼 나라 허풍담, 엠마는 어떻게 되었나

나이브스 아웃: 클래식과 모던의 조화

<Knives Out> 2019 | 감독  Rian Johnson | 출연  Daniel Craig, Chris Evans, Ana de Armas 외 영화를 사전정보 없이 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온전히 영화 안에서 더 많은 걸 발견하는 재미를 위해서 말이죠. 그러다 뜻밖에 기대 이상의 영화를 만나면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이렇게 다수에게 소개하고 싶을 정도로요. 요즘 겨울왕국 틈새에서 퐁당 상영 중인 영화들 중에서 ‘무슨 영화기에 이런 … 계속 읽기 나이브스 아웃: 클래식과 모던의 조화

업그레이드 : AI SF, 어디까지 왔니?

업그레이드UPGRADE : 2018. 감독 Leigh Whannell 저예산 장르영화를 좋아하고 그런 영화들이 개봉하면 찾아 보려고 하는 쪽이에요. 작은 영화들은 대자본 상업영화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전형성에서 벗어나 자유로움과 센스, 자신만의 미덕 같은 걸 보여주기 때문이죠. 물론 대다수의 저예산 영화들이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고만고만한’에 그치지만, 종종 그것을 뛰어넘는 영화를 발견하면 감흥은 배가 됩니다. <업그레이드>도 그런 영화예요. … 계속 읽기 업그레이드 : AI SF, 어디까지 왔니?

베를린 느아르 : 3월의 제비꽃

필립 커 작 / 박진세 옮김 / 북스피어, 2017 Berin Noir : March Violets, PhilipKerr 고전적인 탐정소설이에요. 하드보일드 장르의 정서를 제대로 느낄 수 있죠. 1989년에 나온 영국 작가의 작품인데, 내용은 2차세계대전 전의 독일을 배경으로 느아르 흑백영화처럼 펼쳐내고 있어요. 비교적 현대에 쓰여진 작품인데도 배경 분위기와 캐릭터 이미지, 스타일과 전개까지 <고전 하드보일드>를 제대로 구현합니다. 마초적이면서도 시대를 관찰하는 … 계속 읽기 베를린 느아르 : 3월의 제비꽃

여성작가 SF 단편모음집

파촐리, 박애진, 전혜진, 권민정, 양원영, 남유하, 아밀, 이서영, 전삼혜, 박소현 저 온우주, 2018 예전에 <혁명하는 여자들>이라는 여성작가 단편집을 재미있게 읽을 기억이 있어요. 자의식이 분명한 여성 작가들의 개성과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기획의도가 엿보이는, 제목처럼 강렬한 작품집이었죠. 우리나라 장르소설 중에도 (제 예상이지만) 그런 의도로 기획된 작품집이 있습니다.  조금 투박한(?) 제목의 단편집이에요. 전체적인 인상은, '혁명하는 여성작가'들은 … 계속 읽기 여성작가 SF 단편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