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 : 전쟁 한복판을 ‘그대로’ 따라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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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덩케르트>를 두고 사람들이 명작이라고 하던데, 저는 별 감흥을 못 느끼겠더군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팬이긴 하지만, 막연하게 “이제 놀란은 아무 제약 없이,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됐구나.” 정도의 느낌이었죠.

그런데 이 영화는, 첫 장면(에서 카메라워크가 시작되는 순간) 부터 눈을 못 떼겠더군요. 몰입도가 대단한 영화예요.

정교한 콘티를 바탕으로 꼼꼼하게 만들어진, 모든 것이 우아하게 흘러가는 영화예요. 세트와 소품은 1차대전의 전장을 리얼하게 묘사하고, 유명 배우들이 맡은 조연들 가운데에서 신인(?) 주인공들(George MacKay, Dean-Charles Chapman)의 연기는 흡입력이 있어요. 

‘아군에게 명령을 전달하는’ 단순한 스토리는, 그러나 영리하게 기승전결이 배치되어 시퀀스마다 감정선을 놓치지 않아요… 후반에 녹초가 된 주인공이 한 병사의 노래를(‘방황하는 나그네 I am a poor wayfaring stranger’ 민요라네요) 듣는 장면은, 여타 전쟁영화와 다른 정서를 선사하죠. 훌륭하게 세팅된 시퀀스예요.

(아쉬운 부분이라면) 토머스 뉴먼의 음악이 너무 과하지 않나 하는 정도랄까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음악이 정서와 감정을 먼저 이끌더군요. 그보다는 현장음(두 병사의 숨소리 같은)이 더 강조됐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을 했어요. 롱테이크 촬영 때문에 쉽지 않았겠지만요.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매끄럽게 연출된 샘 멘데스의 안무극(?) 같은 영화예요. 너무 매끄러워서 오히려 리얼리티가 떨어질 정도지요. 그럼에도 호감으로 가득 차 있어요.

그 모든 호감은, 물론 영리하게 촬영된 2시간짜리 ‘원/롱테이크’ 덕분이죠.

(출처: imdb닷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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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두 편의 잔상이 아른거리더군요.

스텐리 큐브릭의 <풀 메탈 자켓>. 어렸을 때 본 그 영화의 ‘각개전투’ 씬을 아직도 기억해요. 전장 한복판에서 소대원들과 함께 전진하는 시퀀스는, 제게는 명장면이었죠… 이 영화는 그 현장감을 영화 내내 지속시켜요.

보지는 못했지만, 알프레드 히치콕 <로프>라는 영화도 생각났어요. 책에서만 읽은 그 영화는 촬영 내내 롱테이크로 진행됐고 필름을 갈 때만 끊었다지요? 이 영화를 보니 그 영화도 한번 찾아보고 싶더군요.

커다란 화면으로 보면 좋을 영화예요. “아카데미에서 <기생충>에 밀려 작품상을 놓친 작품이니, 다운 받아서 봐야지.” 하는 분들께 권해요. 꼭 극장에서 보세요. 이왕이면 아이맥스관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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