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 단상

사람들은 영화를 보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습니다. 장르, 주연배우, 스토리 등등. 저 역시 기준이 있습니다.

저는 감독이 기준이에요. ‘잘 만드는’ 감독을 눈여겨 보았다가, 그 감독의 차기작이 나오면 믿고 보는 식이죠.  특히 상황 내에서 서스펜스를 잘 구사하는 감독을 좋아해요.

이 영화를 아시나요?

당연히 아시겠죠? <식스센스>와 함께 반전 영화 시나리오의 한 획을 그은 영화니까요. 그렇다고 브라이언 싱어 감독을 말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의 영화도 좋아하지만, 제 취향상 그는 너무, 주류 감독이 됐지요.

제가 말하려는 건 크리스터퍼 맥쿼리 입니다.

바로 위 영화의 각본을 맡았던 사람이죠. 신인 감독과 신인 각본가가 뭉쳐 만든 <유수얼 서스펙트>가 공전의 히트를 치자, 크리스토퍼 맥쿼리는 자신도 감독 데뷔작을 만듭니다. 바로 이 영화죠.

날건달 둘이 돈을 위해 거물의 대리모를 납치한다는 개성 있는 스토리의 이 영화는, 맥쿼리가 ‘공간을 활용한’ 서스펜스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라는 걸 증명합니다. 이 영화에는 흥미진진한 시퀀스가 나오는데, 영화 팬들 사이에선 ‘슬로우 추격전’이라고 불린다고 하더군요. 저도 어린(?) 시절 보았던 영화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고, 이 시퀀스 때문에 감독을 기억하게 되었죠.

잠깐 감상. (소리를 크게 하세요)

<The Way of the Gun> Trailer

히치콕이 액션 시퀀스를 찍었다면 이런 식이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긴장감을 선사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는 흥행에 실패합니다. 이후 맥쿼리 감독은 힘든 시기를 보낸 것 같아요. 이후의 필모가 거의 없거든요. 작가로는 계속 활동해도 됐을 텐데.

그러나 10여 년 후 맥쿼리는 브라이언 싱어의 도움(?)으로 영화 <발키리>의 각본을 쓰더니, 영화의 주연이었던 톰 크루즈를 만나면서 전환점을 맞습니다. 그의 영화 <잭 리처>를 연출하니까요. <잭 리처> 역시 공간을 활용한 아날로그적 액션이 힘을 느끼게 하는 영화였죠.

결국, 맥쿼리 감독은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참여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MI> 시리즈는 톰 크루즈가 아끼는 프랜차이즈고, 매 버전을 다른 감독이 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하지만 <MI:로그네이션>에서 두 사람은 호흡이 괜찮았나 봐요. 시리즈의 다음 작인 <MI:폴아웃>에서도 함께 작업했으니까요.

이렇게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당연히 <MI:폴아웃>을 봤기 때문이지요. 저마다의 기준대로, 저의 기준은 감독이었죠. 톰 크루즈가 아니라.

<MI: Fallout> Trailer

<MI> 시리즈 중에서 (첫 번째인 브라이언 드 팔마 버전은 당연하고) J.J. 에이브럼스 버전을 좋아하는데, 이 버전도 그에 못지 않아요. 마치 <MI> 시리즈의 집대성 같아요. 그리고 이제 블록버스터에 안착한 맥쿼리 감독의 최상의 실력을 보여주지요.

블록버스터 영화로 평가하기에도 손색이 없지만, 감독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 영화이기도 해요. 몇 가지를 말해 보면

먼저 시나리오. <MI 3>의 ‘전 부인’에서부터 <MI:로그네이션>의 ‘신디케이트’ 설정까지 망라하며 매끄럽게 잘 마무리하고 있어요. 액션 시퀀스를 이어가면서도 이야기 전개가 계속되도록 시나리오를 짜는 방식은 요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 사이의 유행인 것 같아요.

<MI>의 트레이드 마크인 세트와 가면을 적절히 활용하면서도 그 클리셰를 직접 까기도 해요. “IMF? 다 큰 남자들이 가면 놀이나 하는 놈들! 정말 가면 하나로 통한다고 생각해?” 하는 짓궂은 대사요. 

의외로 영화라기 보다 TV 드라마 같은 상황과 설정들이 있고 유치하기까지 한데, 감독은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계속 질주합니다. 그 속도감 때문에 유치한 것들은 휙휙 지나가 버리죠. 알아채기도 전에. 

그리고 모든 시퀀스들은 (당연한 거겠지만) 철저하게 톰 크루즈를 위해 설계되어 있어요. ‘열심히 뛰는 모습이 멋진’ 톰 크루즈를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롱테이크로 찍고, 짧은 브리지가 끝나면 “이제부터 톰이 액션을 펼쳐야 하니까 다들 빠져!” 하는 식이죠. 파리 개선문 동네의 바이크 추격씬 처럼요. 그러면서도 정중동의 편집 리듬감이, 전체적으로 우아한 블록버스터라는 느낌을 자아내게 합니다.

그 모든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공입니다. 크리스토퍼 맥쿼리. 톰 크루즈의 프랜차이즈가 아닌 감독의 영화로 본다면 또 다른 재미와 개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2018. 7월. 브릿G 게시판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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