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고발극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로그라인. 삼진그룹 내 ‘영어토익반’을 듣는 말단 여직원들이 회사의 비리를 발견하고, 내부고발을 위해 증거를 찾아 나선다.

한국영화에서 오래간만에 ‘잘 만들었네.’라는 느낌이 드는 영화였어요. 20대 여성 성장담(?)처럼 홍보된 것과 달리 고발 영화(이런 장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인데. 전체적으로 기획력이 돋보이고, 배우나 감독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모든 게 조화롭게(?) 잘 흘러가요. 영화 제작 시스템이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본보기의 영화였던 것 같아요.

게다가 재미있기까지 하고요. 1991년 ‘페놀 방류 사건’을 기초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런 영화들이 안고 갈 수밖에 없는 무거움을 경쾌하게 끌고 가요. 고발 영화의 주제에 <써니> 분위기를 얹었다고나 할까요?

무엇보다 이 영화의 미덕은 시나리오예요. 아주 영리한 시나리오죠. 

영화는 배경과 소재 때문에, 한국이라는 사회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부조리와 병폐를 언급 해야만 해요. 대기업, 재벌2세, 남성 위주의 시대상 같은 것들이요. 한국 영화들은 그것들을 대개 경직되거나 고지식하게, 또는 무겁게 묘사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것을 ‘정말 영리하게’ 피해가요. 그러면서도 하고 싶은 말들을 빠뜨리지 않고 하고 있죠. 후반 주적을 대기업에서 ‘외국’으로 전환시킨 것도 영리하고, 비현실적인 엔딩도 최선의 선택인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경쾌한 톤의 이 고발 영화는, 영화의 방향에 대한 기획력과 그것을 유연하게 풀어낸 시나리오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 외. 욕심 내지 않은 연출력, 빠른 호흡 안에서 자기 역할을 드러내는 주조연 연기자들의 앙상블이 눈에 띄어요. 시퀀스가 많아 편집 리듬감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마저도 이쁘게 보이는 영화예요.

이런 영화들이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이 영화가 보여주는 제작 시스템이 보다 더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을 테니까요. 당신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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